누가 내담자(환자)인가?
[산만한 아이라고 약물을 복용하는 아들을 데리고 온 가족이 떠오릅니다.
이 가족은 유교적 가족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큰 아들은 첫 손자라고
온 식구들이 귀여워하여 금둥이가 되어 있었고, 작은 아들은 가족 식구들 사이에서
소외되어 밖으로만 나돌았고, 아버지는 가족의 문제를 모른 체하고,
직장을 다니고 있던 어머니는 집안일을 고사하고 대가족의 대소사에 찌들려 있었습니다.
이 가족을 바라보는 순간 한국의 전형적인 가족의 문제점을 보았습니다.
경직되고 모범적이며 우월한 위치에 있는 큰 아들은 부모를 제치고 동생의 문제에 왈가왈부하고 있고,
식구들이 자신의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토론하고 있지만 마치 자기와는 관계가 없는 양
축 늘어진 채 무표정하고 멍한 눈빛을 띄고 있는 작은 아들,
아버지로서의 권위를 잃을까 전전긍긍하는 아버지, 집안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남편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를 보았습니다.
둘째 아들이 문제라고 굳게 믿고 있는 이 가족에게 작은 아들이 문제이기보다는
가족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하였을 때 작은 아들의 눈빝에서 흘러나오는 안도감,
그리고 사무실을 나갈 때 나와 애써 눈을 마주치려하면서 보였던 감사함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 상기의 사례는 김영애선생님의 저서의 일부를 옮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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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이러한 경우를 흔히 목격합니다. 가족 중에서 가장 나약하고 취약한 누군가가 있습니다.
어쩌면 가족 이외의 사람앞에서는 자신감이 있고 당당할 수도 있는 사람...
그러나 자신보다 당당하고, 표현을 잘하는 가족 사이에서 소외된 채 내담자 혹은 환자로 지목되어 전문기관을 찾아옵니다.
그렇지만 과연 그 사람만의 문제일까요?
가족은 역동적으로 상호 영향을 미칩니다. 상담센터든 정신과든 가족 중의 누군가가 증상을
가지고 내방하였다면 그것은 그 사람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궁극적으로 가족상담 혹은 가족치료가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2012년 4월 19일 임상심리전문가 문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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