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셀프힐링하세요(self-healing)하세요.
* self-healing(자기치유)
5월 8일은 어버이의 날입니다.
매일 자녀를 위해 애쓰시는 부모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날이었지요. 부모님들, 자녀들에게 대접 잘 받으셨나요? 대접은커녕 인터넷 때문에 부딪히셨다고요?한참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부모님은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마녀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기다려보세요. 때가 되면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고 고마워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부모라는 역할은 대통령보다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전업주부로 살림하고 자녀 키우는 것만 해도 7일내내 24시간 휴식이 없는데, 필요한 경제력을 갖추기 위해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추세라 요즘 부모님들은 직장에 살림까지 도맡아 하니 더욱 바빠지고 나만의 시간은 아예 포기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가족과 자녀를 위해 뛰어다니는 부모님들에게 절실한 것은 바로 self-healing입니다.
Self-healing란 간단히 설명해서 자기 자신을 돌보는 일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self-healing이 필요하지만 특히 부모님들에게는 필수 입니다. 부모님의 웰빙은 자녀의 웰빙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이 배가 고프고 화가 나면 아이에게 명령조로 이야기 하고 인내심이 부족해지고, 부모님이 외롭거나 피곤하면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게 된다. 이 말과 같이 부모님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은 자녀 양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마련입니다.
사람은 자동차의 연료 탱크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가 달리면서 연료를 소모하듯 사람도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습니다. 부모님들은 아이를 돌보고, 집안 청소를 하고, 식사를 준비하고, 자녀 교육에 신경 쓰고, 인간관계로 인해 마음고생을 하기도 하고, 부모님이 맡은 역할이 많다보니 해야 하는 일도 뭐가 그리 많은지. 소모되는 에너지가 많은 만큼 부모님들은 자주 에너지를 채워 주어야 합니다.자동차가 연료가 떨어지면 주유소에 가서 휘발유를 넣듯이 말입니다. 자동차도 연료가 바닥나면 힘이 없고 잘 나가지 않듯이 사람도 에너지가 바닥나면 모든 일이 힘들고 버겁고 짜증나고 우울하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자기만의 이상적인 에너지 수준을 유지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에너지를 채워주는 과정이 바로 self-healing인 것 입니다.
Self-healing의 방법은 다양합니다. 맛있는 음식 먹기, 친구와 만나 담소 나누기, 스파에 가서 피부 마사지 받기, 수영하기, 공원 산책, 음악듣기, 영화보기. 리스트는 한도 끝도 없을 것입니다.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사람에게 맞는 활동을 통해 휴식을 얻고, 재충전 되는 것 입니다. 단, 이런 간단한 활동들로는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 분들도 있을 것 입니다. 그것은 잠시 동안의 안식도 좋지만 그 보다 근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서 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결혼 이후 한 남자의 부인 그리고 아이들의 엄마로 살면서 나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은 줄고, 가족과 아이들 위주로 생활하다보니 나 자신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고, 그로 인해 알 수 없는 공허, 상실감, 그리고 막연한 불안에 빠지기도 하며, 자신감과 자존감은 점점 낮아지기도 합니다.
이 분들의 self-healing은 부인, 엄마라는 역할을 떠나 나 자신을 되찾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 결과가 커리어가 될 수도 있고, 자기계발을 위한 공부가 될 수도 있고, assertiveness (자기의견 주장) 또는 나의 취미생활을 찾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어떤 모양이로든 self-healing은 필요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전혀 생각도 못 하거나 소홀히 합니다. 심지어 self-healing을 사치 또는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여기는 부모님들도 있습니다.어떤 것이든 욕심이 과하면 사치가 될 수 있고, 이기적인 것이 될 수 있습니다. Self-healing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적당한 선에서는 self-healing이 부모님 자신 그리고 가정을 살리는 길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Self-healing을 응급상태에 비행기 천장에서 떨어지는 산소마스크라고 생각해 보세요. 비행기를 타면 이륙하기 전에 응급상태를 위한 대처 방법을 안내해 주는데요. 거기에서 산소마스크가 떨어지면 어린 아이와 탑승한 부모님은 먼저 본인이 마스크를 착용한 다음 어린 아이에게 마스크를 착용시키도록 지시합니다.왜 그럴까요? 당연히 아이가 우선순위 아닌가요? 그 이유는 응급상태로 인해 놀라고 무서워하는 아이에게 마스크를 씌우려고 몸부림 하다 부모가 먼저 산소 부족으로 쓰러지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Self-healing도 비행기의 산소마스크와 같습니다. 산소가 공급되어야만 쓰러지지 않고 자녀를 챙길 수 있는 것 입니다. 그러므로 무조건 자녀를 우선순위로 하지 않고, 자신의 필요도 돌아보는 부모님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 이 글은 중앙일보에 실린 최현미씨의 칼럼을 재편집한 것임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