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자녀 대화시간 쑥… 전문가 상담도 적극여성부 청소년실태조사서 3년새 7.9% 늘어
부모 노력·관계회복 돕는 방송 프로 등 한몫
앞으로는 아이의 행동을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아요”
주부 A씨(29·북구 양덕동)는 지난 10일 아이와 함께 지역 내 심리상담센터를 찾았다. 지난 한달간 부쩍 짜증이 늘어난 5살 아들은 최근엔 대화까지 거부하고 나섰다. 질문에 대답조차 하지 않는 달라진 모습을 지켜본 엄마는 아이의 속마음이 궁금해져 전문가의 도움을 구했다.
A씨는 “얼마 전 둘째를 낳고 그동안 첫 애한테 너무 소홀했나봐요. 여동생이 생긴 뒤로 자기는 예뻐해 주지 않는다고 섭섭했던 것 같아요. 이제라도 아이의 솔직한 마음을 알게 됐으니 더 관심 갖고 보듬어야죠”
가깝고도 멀게만 느껴졌던 부모와 자녀 사이에 변화가 일고 있다. 대화시간이 늘어나고 불화나 마찰이 생겼을 땐 가까운 심리상담센터를 찾아가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관계 회복 및 개선에 적극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청소년이 있는 2천 가구의 주양육자와 만 9~24세 청소년 3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4청소년종합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주중 1시간 이상 아버지와 대화하는 청소년은 31.8%, 어머니와의 대화는 53.1%로 나타났다. 지난 2011년 조사결과와 비교해 각각 7.9% 증가한 것으로 부모와 자녀 사이의 소통이 점차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과거엔 주로 중·고등학교 청소년 자녀와 부모 사이의 대화 중요성이 부각됐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유아 때부터 아이와의 소통과 공감에 관심을 기울이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아이가 대화에 소극적이거나 행동에 작은 변화가 있을 경우 지역 내 보건소, 종합병원, 심리상담센터 등을 찾아가 원인을 찾고 있다.
올해 초 딸과 함께 미술상담을 받았다는 주부 김모(32·남구 이동)씨는 “어린이집에 다녀오면 항상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지 않아도 얘기하던 아이가 어느 날부터 말수가 줄고 밥도 도통 먹지 않았다”며 “상담을 계기로 아이를 다그치기 보단 대화와 놀이 등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리자 아이도 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역 내 가정심리상담 전문가들은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보다 공개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직접 회복 노력을 기울이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얻는 등 주도적으로 관계 개선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아빠를 부탁해`,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등 부모와 자녀의 관계 회복을 돕는 방송 프로그램이 화제를 모으면서 더욱 활기를 띄고 있다. 아빠와 딸 혹은 엄마와 아들이 TV에 출연해 각자의 솔직한 속마음을 말하는 장면이 전파를 타고 공개적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공감한 각 가정에서도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됐다는 평가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포항종합사회복지관은 지역 내에서도 한 달 평균 3가구 이상이 부모와 자녀가 함께 4회에 걸친 상담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참마음심리상담센터 문가인 원장은 “아이만 `학원 보내 듯`홀로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함께 해야 관계회복 및 개선효과가 더 크다”고 강조했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