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2.12 09:00 | 수정 : 2015.12.12 16:08
성격에서 나오는무의식적 힘이 우리 행동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우리 삶이 큰 목표, 포부, 개인적 과제처럼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스스로 정한 모험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힘에 농락당하는 수동적인 존재만은 아니다. 이런 식으로 성격을 바라본다면 삶을 돌아보고 미래를 고민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브라이언 리틀, ‘성격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인간 성격에 대한 탐구는 4 세기 그리스의 철학과 화학 이론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심리학의 한 학문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들어와서부터다.
오늘날 심리학은 인간의 성격이 그 사람의 성공과 행복에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조언한다. 이 방면의 대가인 브라이언 리틀 케임브리지대학 심리학과 교수가 방한했다. 국내에도 번역된 ‘성격이란 무엇인가’의 저자이기도 한 그를 만나 성격과 삶의 관계에 대해 물어봤다.
-요즘 심리학 서적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성격심리학이라는 것은 뭐지요?
심리학의 하위 분야인데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어떻게 서로 다르고 구별되는지를 주로 연구합니다. 유전학부터 사회심리학에 이르기까지 범위가 대단히 넓습니다.
-성격은 타고난다고도 하고, 자라면서 형성되거나 바뀔 수 있다고도 합니다. 실제로는 어떤가요?
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둘 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50% 정도는 타고나는 유전적인 것이고, 나머지는 사회화나 역할 학습, 문화 규범과 같은 요소들이 결합되면서 얻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격을 5대 특성으로 나눠 설명하셨는데요.
성격의 특성은 ‘
경험 개방성(Openness to experience)’ ‘성실성(Consientiousness)’ ‘외향성(Extraversion)’ ‘친화성(Agreeableness)’ ‘정서적 안정성(neuroticism)’ 이렇게 다섯 가지 범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10가지 항목에 걸친 성격 검사(TIPI)를 통해 점수를 산출해 다섯 가지 성격 특성 중에서 개인의 해당 정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경험 개방성은 새로운 생각이나 새로운 상호작용, 새로운 환경을 수용하는 성향을 말합니다. 반대로 개방성이 낮은 사람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데 거부감을 보이고 늘 하던 대로 하는 것을 편해 합니다.
외향적인 사람은 일부러 자극적인 상황을 찾는 반면, 내향적인 사람은 그런 상황을 피합니다. 또 외향적인 사람은 직접적이고 단순한 언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옆에 있는 사람을 건드리거나 끌어안기까지 합니다. 내향적인 사람은 말도 다소 모호하고 복잡하게 표현합니다. 자극적인 행동도 적고 대체로 차분합니다.
성실성은 평소에 체계적이고 신중하며 조심성 있고 끈기가 있는 사람입니다. 반대로 이 항목에서 점수가 낮은 사람은 즉흥적이고 부주의하며 경솔합니다.
친화성은 자기나 남이 보기에 즐겁고 협조적이고 친밀하고 남을 응원하고 공감을 잘합니다. 반면, 반친화적인 사람은 냉소적이고 남과 잘 부딪치고 불친절하고 인색해 보입니다.
정서적 안정성이란 신경질적인 성향과 반대의 경우입니다. 신경질적인 사람은 주체적으로 잘 살기 어렵고, 감정이 부정적이고 업무 만족도가 낮고, 신체 면역성도 떨어집니다.
-성격이 건강과도 관계가 있나요?
예를 들어 친화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사람은 특별히 심혈관질의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습니다. 친화적이지 않은 사람의 특징 중 하나는 늘어가는 피로를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화가 쌓이고, 그렇게 쌓인 화는 심혈관질환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는 성실성입니다. 성실성은 믿을 만하고 주의가 깊습니다. 이런 사람은 성실하지 않는 사람보다 훨씬 건강합니다. 그 이유는 그들이 학교나 사회 생활을 더 잘하는 것도 있지만, 그들은 자기 자신을 잘 돌보기 때문입니다. 체중 조절을 잘 하거나 의사의 진단을 믿고 잘 따릅니다. 이처럼 성격의 특성은 우리가 얼마나 건강하게 살 수 있는가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성격에도 좋은 성격과 나쁜 성격이 있나요?
성격에 좋고 나쁜 것은 없다고 말하겠습니다. 이유는 개인의 처해진 상황이나 처지에 따라 성격이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좋은 성격을 말할 때 전형적으로 ‘개방적이고, 성실하고, 외향적이며 친화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부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외향적인 성격보다 내향적인 성격을 더 높게 평가하기도 합니다. 좋은 성격이라는 것은 이처럼 문화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또한 억압에 맞서야 하는 상황에서 친화적인 사람만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누가 억압에 맞설 수 있을까요? 분명 아무도 나서지 않을 것입니다. 이럴 때 반(反)친화적인 사람이 있다면 분명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고정된 나쁜 성격이 있다고 하기보다는 개인과 행동이 상황에 어긋나거나 맞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격이 변할 수도 있나요?
10년 전까지만 해도 타고난 유전적인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성격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변화라는 것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예전의 신경생리학에서는 성격은 전혀 바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신경가소성 때문에 어느 정도 성격을 바꿀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완전히 바꾸는 것이 아닌 약간의 변화의 가능성을 두고 있습니다.
다른 것은 ‘
자유 특성’을 통한 변화입니다. 비록 내가 내향적인 사람이지만 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행동이나 요구되어지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외향적인 사람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향적인 성격의 엄마가 딸 생일 파티를 열 때 딸을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생일 파티를 하는 동안 활발하고 적극적인 엄마처럼 행동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상황에 따라 자신을 변화시키지만 장기간 바꾸는 것이 아닌 잠시 동안의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성격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다중적인 사람도 있습니다. 왜 그렇지요?
본연적인 성격의 특성에 반대되는 행동을 할 때 극도로 피로해지는데 이는 자율신경계의 활동을 극대화시키기 때문입니다. 심장 박동수는 빨라지고, 땀을 흘리며, 뇌가 비동기화되는 등 이러한 것들이 반복될 때 극도로 피곤해질 수 있고 육체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성격에서 벗어난 행동을 했을 때 유익한 점은 개인 목표의 성취 가능성을 높혀줍니다. 개인 핵심 목표는 우리의 삶에서 중요하기 때문에 성격에서 벗어난 행동을 했을 때 분명히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관점은 자신을 바라보는 범위를 넓혀 주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본연적으로 친화적이지 않는 사람이지만, 전략적인 목표를 위해 친화적으로 행동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개인 핵심 목표를 달성을 위해 친화적인 행동을 하는 동안 ‘내가 친화적인 사람이구나’ 하며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을 깨닫게 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성격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요?
성격은 상담이나 임상적 치료를 통해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은 있습니다. 또한 그것보다 쉬운 방법으로, ‘개인 핵심 목표’라고 부르는 것을 통해 가능합니다. 계속적으로 변화하려고 내적인 노력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사교적으로 변하기’와 같은 개인 목표는 자신의 성격을 바꾸려고 하는 사람에서 좋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이나 배우자가 “당신은 조금 더 사교적으로 변해야 해”라고 해서 외부에 의해 시작된다면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자기 스스로 결심에 의한 도전이나 자아 발견을 통해 “나는 조금 더 사교적으로 변해야겠어” “조금 더 인내심을 가져야겠어” “조금 더 성실해 져야겠어”와 같이 개인 핵심 목표를 세우면 달성하기 더 쉬워질 것입니다. 이 부분이 성격을 바꾸기 어려운 것에 대한 부분적인 대답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단계적으로 시작하는 것도 있습니다.
사교적으로 되길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조금 적은 사람들이 모인 그룹에서 어울리기 시작해 그 후 조금 편안해 지면 다음에 그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그룹에서 어울립니다. 그러면 나중에는 더욱 많은 사람들과도 어울릴 수 있게 됍니다. 점차적으로 작은 단계의 개인 목표부터 시작해서 성격을 바꿔가는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처럼 창의적인 지도자 중에 독불장군이 많은데 그럴 수밖에 없나요?
매우 창의적인 사람은 경험을 즐기기도 하지만 내향적이기도 하고 남들과 친화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사회적인 또는 타인의 개입으로부터 거리를 두기 때문에 자기만의 독립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거지요. 그들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자신만의 창의적인 목표를 이루려고 한다면 성실하고 상냥한 사람들과도 협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독립적이거나 독불장군 같은 사람도 성실하고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들과 함께 일을 잘 해낸다면 괜찮습니다.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회복 틈새’를 만들라고 하셨는데요 무슨 뜻이죠?
만약에 외향적인 사람이긴 긴 시간 동안 압박되는 분위기의 회의에서 내향적으로 행동했다면 분명히 지치고 피곤할 것입니다. 회복 틈새는 피곤하고 지친 마음과 몸을 쉬게 하는 자신만의 공간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남자 화장실이었는데 각각의 성격에 따라 각각 다른 회복 틈새를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회복 틈새를 확보하는 것이 왜 중요하지요?
회복 틈새를 갖지 않으면 금방 극도로 피로해질 수 있습니다. 계속 자신의 성격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면 이는 자율신경계를 자극해 신체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회복 틈새를 가지며 쉬고 흥분을 가라 앉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책에서 ‘개인 핵심 목표’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무슨 뜻이지요?
우리는 다양한 목표를 세우고 동시에 진행합니다. 사람들에게 목표를 설정하라고 하면, 화요일의 소일거리부터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까지 다양하게 세웁니다.
만약 당신이 작은 목표만 갖고 있다면, 모든 게 잘 정리돼 있고 관리도 쉽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의미 있는 목표가 많이 있을 경우에는 아마 혼란에 빠지고 맙니다. 그래서 계획적인 삶을 살기 위해 목표와 의미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인 핵심 목표는 나머지 개인 목표를 붙잡는 역할을 합니다. 작은 목표들은 핵심 목표와 관계돼 있는데, 만약 핵심 목표를 바뀌도록 강요당하거나 실패할 경우에는 나머지 목표들도 실패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 핵심 목표를 잘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브라이언 리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심리학과 교수. 전문 분야는 성격학과 동기심리학이다. 맥길, 옥스퍼드, 하버드 대학에서 강의했다. 하버드에서 3년 연속 학생들이 직접 뽑은 인기 교수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개인 목표와 성격의 자유 특성이 삶의 질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며 성격과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통찰력을 제시한다. 현재 케임브리지대학 소속 웰빙연구소, 저지경영대학원, 계량심리학센터에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다. 또 여러 기업과 단체에서 ‘사람마다 다른 성격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강의와 자문 활동을 하고 있다.